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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꽃무릇/ 이규리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3. 31. 11:54

 

해마다 꽃무릇/ 이규리

 

저 꽃 이름이 뭐지?

한참 뒤 또 한 번

저 꽃 이름이 뭐지?

 

...

물어놓고서 그 대답 듣지 않을 땐 꼭 이름이 궁금했던 건 아닐 것이다

 

꽃에 홀려서 이름이 멀다

매혹에는 일정량 불운이 있어

 

당신이 그 앞에서 여러 번 같은 말만 한 것도 다른 생각조차 안 났기 때문일 것이다

 

아픈 몸이 오면 슬그머니 받쳐주는 성한 쪽이 있어

꽃은 꽃을 이루었을 터인데

이맘때 요절한 그 사람 생각

얼마나 먹먹했을까

 

당신은 짐짓 활짝 핀 고통을 제 안색에 숨기겠지만

숨이 차서, 어찌할 수 없어서, 일렁이는 마음 감추려 또 괜한 말을 하는 것

 

저 꽃 이름이 뭐지?

 

-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