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1. 28. 19:18

뒷모습

- 나태주 시-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뒷모습)

 

자기에겐 닫혀지고

타인에겐 열린 표정

 

앞모습은 화장할 수도 있지만

뒷모습은 순수한 생얼굴

 

뒷모습은 속마음의 거울

속속들이 비추인다

 

저기

공항에서 이별하는 뒷모습들을 보라

발길 돌리지 못하는 뒷모습들

그렁그렁한 참회의 뒷모습

볼에 꺌작이는 털 한가닥

여러번 손질 끝에 잡아 뺀

즐거움의 뒷모습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