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단골 이발관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9. 12. 29. 11:26
**단골 이발관**
내 단골 이발관 요금은
저무는 머리는 5천원
잎이 시퍼런 머리는 6천5백원
싼 미장원에 한 번 갈거로 여기에 최소 네번
4개월 정도 지붕 깔끔할 수 있다
차 한대와 행인 1명 지나갈 정도의
동네 안길 옆 이발소 표시등이
돌아갔다 멈췄다 하는데
멈출 때는 사장 개인용무 출타중
이럴땐 출입구문 쪽지의 전화번호로
몇시에 돌아오냐 묻고 예약한다
문 열고 들어간다
정 중앙 벽에 팔등신 미녀의 달력이
눈을 즐겁게 당긴다
시나브로 하릴없는
5천원짜리도 아직 눈은 살아있다
체면이 그러지말라 자꾸 잡아당겨도
눈은 힐끔할끔 팔등신 주변을 맴돈다
주인이발사와 구면이 된 후 12명의 팔등신
손맛 눈맛을 보았다. 여기선 이것 밖에 마음에 드는게 없다.
깎새 의자에 앉으면 큰 앞치마를 목에
빢빢히 묶는다 꼬질꼬질하게 묻은 손때가 옮을것같다
분무기로 사정없이 마른 머리칼을 적신다
머리 감는 곳은 세면대도 없이 그저 타일 깐 곳에 배수구 한개 뻥
머리 닦는 수건도 꺼림직하게 꼬리꼬리
요금으로 배춧잎 한장을 내면 무조건 3천5백원을 거슬러준다
오후반이라면 야릇하게 웃으며 1500원을 더 거슬러주며 젊게 보인단다. 젊게 보인다면 무조건 기분좋다
선보러 갈 것도 아닌데
5천냥짜리 지붕개량 꼬리표도 없는데
어릴적 시골 이발관도 다녀오는데
지붕도 벌목하니 마음까지 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