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11/27 미션/나다. 내어주다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8. 11. 29. 00:12

**11/27 미션/나다. 내어주다**

 

**무한리필 마음**

 

말없이 내어주는 부정

말있이 내어주는 모정

퍼주고 또 퍼주어도 마르지 않는

우물물 마음

 

옛적 우리 집 우물이

밖 앗 마당에 있었다

그 우물물 맛있단 풍문이 

동네 네댓 집을 멕여 살렸다

저녁 할 때쯤 우물 언저리에선

소문은 긷고 빈 두레박 줄은 풀고

우물물 쉬는 시간은 동리 애들 노는 시간 

까치발들 난간 시멘트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물룰 아래 깨는 구름 두둥실 흐르고

아이들 이야기에 떨어진 침의 파문에 흔들리는 얼굴들의 동영상

장난스러운 멱따는 목소리엔 꼭꼭 메아리 말대꾸

그렇게 동리를 아우럿다

 

우물만도 못한 소생

때때로 때때로의 푸념

어쩜 내 부족한 점 까지도 그리 빼 쏘았는지

울화통이 터지도록 닮았는지

그래도 어찌하리

다 나로부터 인걸

밥이나 제대로 먹고 나다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온 마음으로 밥이 되어 주고

한마음으로 건강이 되어 주고

전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물물, 자신을 기꺼이 견디며*주석 1)

 

 

*주석 1)루마니아 출신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나 자신을 견딥니다' 인용

 

무한리필 마음.hwp

무한리필 마음.hwp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