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열목어 / 최승호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7. 12. 9. 01:27

열목어 / 최승호 서울에서 나는 저녁의 느낌을 잃어버렸다 역삼역 옆 스타타워 빌딩에서 큰 네온별이 번쩍거리면 초저녁, 땅거미도 어스름도 없이 발광하는 간판의 불빛들로 눈은 어지로워진다 눈에서 열이 날 때 열목어를 생각한다 두 눈이 벌개졌을 때 안과의사가 쌍안경 같은 구멍으로 내 눈을 들여다볼 때 의사선생님 제 눈이 매음굴처럼 벌개졌나요? 아니면 정육점 불빛처럼 불그죽죽합니까? 의사가 눈에 칼을 댈 때 열목어를 생각한다 무슨 북극 체질인 물고기처럼 사시사철 서늘한 계곡에서 눈의 열을 식히는 열목어야! 열목어야! 그 적막 깊은 深山幽谷에서 멋모르고 서울로 내려왔다간 네 눈구멍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