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나의 이야기

성경섭 칼럼 <6> 생각 다이어트 / 전현수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6. 9. 16. 13:01

성경섭 칼럼 <6> 생각 다이어트 / 전현수
 
  작성자: 사색의향기   /  작성일 : 2016-07-11 17:24
 
생각 다이어트 /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전현수 / 붓다에게 배운 마음치료법
 
 
- 성경섭 방송인
 
 
생각 다이어트/“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때리기 대회’라는 게 있다. 서울과 중국을 오가며 세 차례 열렸는데, 올해는 지난 5월 서울의 한강변 공원에서 개최됐다. 오랫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걸 겨루는 경기다. 참가자들의 ‘소리 없는’ 경쟁이 치열하다. 수십 명이 모여 하나같이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광경이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 폰에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머리를 비우고 잠시 뇌를 쉬게 한다는 취지가 솔깃하게 만든다.

‘홍수가 나면 정작 먹을 물이 귀해진다’고 했던가.. 뇌를 혹사시키는 문명의 이기가 우리를 도리어 문명병에 걸리게 한다. 요즘 정신과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디지털 치매’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두뇌의 처리용량은 정해져 있는데 뇌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많을 경우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망증이 걸리거나 기억력,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의 ‘멀티태스킹’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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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바둑대결을 벌여서 유명해진 알파고의 인공지능의 정체는 ‘빅 데이터’다. 인공신경망 속에 3,000만 가지 이상의 수를 입력하고 100만 번 이상의 자체 대국을 거쳐서 바둑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인공지능은 입력시킨 데이터의 값이 클수록 강하다. 데이터 입력에 한계가 있는 인간지능과의 근본적인 차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역시 무한용량이 아닌 한 한계치를 넘어 과부하가 걸리면 오류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지능과 다를 바 없다. 인간지능이든 인공지능이든 한계에 도달하면 비워낼 수밖에 없는 게 이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할 때에도 머릿속은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넘쳐난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잡생각들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우리의 뇌를 더욱 어지럽게 만든다. 아무 일도 아닌 일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생각 다이어트’다. 과부하가 걸린 뇌는 과식한 위장이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휴식기간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뇌를 그냥 편안하게 쉬도록 하는 것이다. 작정하고 ‘생각 줄’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잠시만 멈춰서면 큰일 날 것 같은 심장에도 실은 ‘쉬는 시간’이 있다. 좌우 심실과 심방 4개가 돌아가며 수축과 이완하는 사이의 휴식기다. 심장이 보통 1분에 70번을 박동한다고 하면 심장은 24시간 중에 9시간만 일하며, 전체적으로 보면 심장의 휴식기는 하루 15시간이나 된다. 하버드 의과대학 윌터 캐넌 박사의 설명이다. 심장이 온몸의 미세혈관까지 피를 돌게 하기 위해 발휘하는 에너지는 바로 이 같은 휴식기간에서 나오는 셈이다.
 
뇌 역시 ‘멍 때리는’ 휴식기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휴식을 취하면서 불요불급한  정보를 지우고 정리하며 새로운 기억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처 처리되지 못한 정보가 넘쳐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시그널이다. 학습을 한 뒤 충분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면 학습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잠자는 동안 학습내용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재구성되고 기억으로 굳어진다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멍 때리기’를 통해 뇌가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력을 높이며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사실 뇌는 쉬는 게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느라 더 활발하다. 실제로 미국 코넬대 등 공동연구진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얼굴 인식 실험’을 통해 ‘몽상’의 상태처럼 외부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지 않고 기억 속의 기존 정보만으로 과제를 수행할 때 두뇌의 작용이 훨씬 활발하고 생산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 생각은 비울수록 채워지는 셈이다. ‘생각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 빠져들기 쉬운 생각의 함정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현재에 대한 걱정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부분이다. 좋은 생각보다는 나쁜 생각일수록 의지와 상관없이 더 빠져들기 쉬운 법이다. 생각 다이어트는 과거에 대한 후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들의 충동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結盧在人境(결로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사람 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수레 끄는 소리 말 울음소리로 시끄럽지 않네.
어찌 그럴 수 있냐고?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 곳이 되는 법
 
중국 진(晉)나라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의 한 대목이다.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은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으면 현실세계의 번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전현수/붓다에게 배운 마음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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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가 불교의 수행법과 정신과 치료가 닮은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신경정신과 전공의 2년차 때의 일이다. 정신건강이란 차원에서 보면 현재는 건전한 대상이지만 과거와 미래는 불건전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과거는 화가 나거나 후회가 주류를 이루고, 미래는 걱정과 불안이 많다고 본 것이다.

불교 수행을 정신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2003년 한 달간 미얀마에서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위빠사나(통찰) 수행을 경험한다. 그 뒤에도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아예 병원 문을 닫고 미얀마와 한국을 오가며 미얀마 파욱의 전통수행에 몰두한다. 이를 위해 산스크리트어와 빨리어로 된 불교경전을 독파하기도 했다.
 
전현수 박사는 불교 수행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됐고, 수행과정에서 터득한 몸과 마음의 작동원리인 ‘보편적 지혜’를 담아 ‘생각사용 설명서’와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음 치료 이야기'를 펴냈다. 불교 수행법을 실제로 신경정신과 치료에 접목시켰다. 자신이 불교 수행으로 도움을 받았듯이 환자들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당해도 그에 대해 생각을 안 하면 생각을 많이 한 것에 비해 괴로움이 훨씬 적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생각을 줄인 만큼 괴로움이 줄어듭니다. 이것은 실제로 해보면 압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생각을 줄이도록 도와주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줄이면 고통도 줄고 정신적인 증상도 주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전현수 박사가 주목하는 것은 생각이다. 인간은 보통 1.2초당 한 가지 생각을 하는데 하루 24시간으로 따지면 7만 가지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 량이다. 2003년 명상을 시작하면서 생각이란 게 떠오르는데 내가 하는 생각이지만 내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 떠오르는 게 신기했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실제와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경우는 생각과 실제가 심하게 달랐다. 환자의 생각이나 느낌과 환자가 처한 실제는 다르다는 걸 깨우쳐 주는 게 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생각을 일으키는 마음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 생각은 안 좋은 쪽으로 가기 쉽고, 자꾸 생각하면 길이난다. 회로가 생겨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가게 되는 것이다.
 
2003년 7월 미얀마에서 명상을 시작할 즈음의 일이다. 자려고 누우면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정신과의사인 자신도 통제 할 수 없는 생각들이었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분노, 다가올 날에 대한 불안들이었다. 명상을 통해서 배운 건 현재에 집중하면서, 과거와 미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에게 괴로운 일, 콤플렉스가 되는 생각이 많이 나면 생각을 멈추는 훈련을 했다. 생각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괴로움도 없어지는 체험을 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려면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어야 한다. 그 곳이 바로 현재다. 현재에 집중하면 나쁜 생각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전현수 박사가 알려주는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 먼저 첫 생각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순간순간의 조건에 따라 생각이나 마음이 어딘가에 가있게 되는데, 현재에 집중하면 생각이 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치질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생각이 왔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속에 담아 놓으면 생각의 꼬투리가 된다. 그러나 남들과 나누면서 솔직하게 표현하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전현수 박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생각을 하는 방법. 먼저 반응을 건강하게 하라.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살다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반응을 건강하게 하는 게 정신에 좋다. 일어난 일보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 치는 날 늦잠을 자느라 지각한 학생과 깨워주지 못한 어머니가 있다고 치자. 지각은 이미 벌어진 일이니 제쳐두고, 학생과 어머니의 반응이 어땠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시험을 망칠지, 아니면 책임은 나중에 따지고 서둘러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충할 것인지.. 무엇이 내게 가장 도움이 되나 최선을 다하는 게 건강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교에는 ~보다 낫다, ~보다 못하다 뿐 아니라 ~와 같다는 세 가지가 있다. 비교는 피곤하다. 비교하다 보면 필요하지 않은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비교는 나를 중심에 두고 대상 중에 하나를 고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없어지고 대상을 고정시키지 않고 전체로서 본다면 비교가 성립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저러니까 저렇구나, 나 자신은 또 이래서 이렇구나’ 그냥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나를 존중하는 것이 결론이다.
 
전현수 박사가 알려주는 안 좋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 예를 들어 짝사랑하는 여자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치자. 첫 번째 단계는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여자에 대한 생각이나 욕심을 어머니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실패하면 두 번째 단계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한다. 헛물을 켜거나 괴롭고 도움이 안 되는 일이 생길 거란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세 번째 단계는 여자 생각으로 가지 않게 해 보는 것이다. 네 번째는 생각할 필요가 뭐 있나..생각의 동력을 없애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여자 생각을 원수처럼 여기고 생각을 안 하려고 이를 악무는 방법이다.
 
전박사는 "마음의 병은 대부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요약한다.
마음이 과거로 가게 되면 과거에 대한 후회, 화, 아쉬움, 억울함 등의 감정에 지배되기 십상이며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더라도 거기에 집착하면 유한한 인생에서 현재의 귀중함을 잊어버리게 돼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생각도 걱정과 불안이 대부분이며 공연히 잡다한 계획을 세우느라 귀중한 현재의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마음을 현재에 머무르게 하려면 매 순간에 집중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며 생각을 덜 하는 것이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으니 '생각 다이어트'를 하라고 조언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분류해보자면 건전한 대상은 현재고, 불건전한 대상은 과거와 미래입니다. 우리 마음이 과거와 미래에 갔을 때 우리는 괴롭고 불행하고 정신이 불건강해지는 반면, 현재로 갔을 때는 편안하고 행복하고 정신이 건강해집니다."
“생각을 다스리는 지혜는 실제를 정확하게 보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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