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6. 2. 18. 13:04

이젠

사랑에도 손때가 참 많이 탔다

손때...아주 딱 맞는 표현이다.

 

나이를 먹어 오면서는 누굴 사랑하긴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먹어서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사건이었다 싶다

이리 받히고 저리 깔린 교통사고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진 폭력 사고

이리 속고 저리 버림받은 사기 사건

그리 손때를 많이도 타 반질반질 아주 길이 잘 들어 버린 것 같다

 

상대방이 어떻게 대해야 좋아하고, 진전이 있고, 마음을 얻는지도 알았다.

사물을 투시하듯 마음을 보는 법도 알았다.

그런 내가 담담하게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아님 아주 관념적이고 불온한 사랑을 말할까?

미치게 그립고 보고 싶던 그런 사랑을 말 할 수 있을까?

 

스물하나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환한 웃음 한 방에 정신이 나갔었는데,,,

스물셋의 나는...흠모하는 여자와의 키스 한 번에 몇 년을 그리워했는데...

나이를 먹어 버린 나는...

공들여 작업한 여자와의 첫 여행도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거늘...

 

이젠 내게 그것이 연애든 유혹이든 키스든 식상하고 당연해서 재미없고,

이제는 한 번씩 툭툭 던져주는 '애교나 애정 아님 도발'이던지 그런 게 좋더라.

 

작업을 하면서 한참 너스레를 떠느라

'나 이래봬도 순정파요' 했더니

'그건 아닌 거 같은데'하면서 뒤에서 손가락으로 등을 쿡 찌르고, 마주보고 웃고...

그게 그렇게 좋더라

 

어떤 작가가 말했듯

곰삭은 사랑에 취한 나른한 행복이 좋다...

두근거림만 사랑은 아니니까요.

편안함도 사랑입니다 


우리 인연 우리 인연이 닿지 않았으면 어찌할 뻔했을까요? 그대의 그 깊은 시름과 많은 상처들, 누가 헤아려 주고 어루만졌을까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대를 감싸 안을 수 있었을까요? - 김현의《고맙다 사랑, 그립다 그대》중에서 - * '우리 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그대를 만남으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그대를 어루만짐으로 내가 치유되었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가 있음으로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