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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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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왠지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안다면, 시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되어주는지를 알게 된다면, 때때로 사람들 속에 둘러 싸여서도 외롭다고 느끼거나 고난과 문제 앞에 좌절하게 됐을 때, 누군가가 가슴 아리도록 그리울 때, 우리는 시와 함께할 수 있게 된다.
시 안에 담긴 삶과 사랑의 아름다움은 놀랍다. 어떤 이는 시 한 편을 통해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시 한 편을 통해 가난을 이겨내고 이별의 아픔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경민의 저서 ‘시 읽기 좋은 날’(도서출판 쌤앤파커스)은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와 함께했던 50편의 주옥같은 시를 담은 에세이로 ‘너를 향한 눈빛’, ‘나를 향한 응시’, ‘세상을 향한 목소리’ 등 세 주제로 나눠 마음의 위안과 공감, 깨달음을 전해주는 작품들을 수록했다.
‘그 날 그 시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중·고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자화상’, 이육사의 ‘절정’,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등의 시와 함께 단순한 의미 해석을 넘어 다양한 시각과 다채로운 해석을 담은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우리 안에 쌓인 수많은 추억과 삶의 고뇌, 아픔과 상처들을 오롯이 감싸주는 시, 그리고 삶의 벽 앞에 부딪혔을 때 시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시 교육을 전공한 고교 국어교사 출신으로 고교 문학 교과서(2007년 개정 교육과정)를 공동 집필한 저자는 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시라는 장르에 딱딱하고 어렵게 접근하는 청소년들에게 시의 재미와 깊은 묘미를 느끼게 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사로 인정을 받았다.
실제 교과서에 담긴 주옥같은 시들이 시간이 지난 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과 삶에 대한 통찰력의 밑바탕이 된 소중한 자산임을 깨달은 그는 다시 만나고 싶은 오랜 시를 성인들이 한 편 한 편 곱씹어볼 수 있도록 자신의 촉촉한 에세이와 함께 책으로 엮었다.
대전 옹달샘터 낭독회가 깊어가는 가을밤 주제도서로 선정한 책이 바로 ‘시 읽기 좋은 날’이다. 옹달샘터 낭독회는 11일 오후 7시 30분 중구 은행동 옹달샘터(대흥동성당 맞은편 오내과 건물)에서 이 책을 주제로 모임(낭독자 정영숙)을 갖고, 낡은 교과서 속에서 끄집어낸 50편의 명시가 풍기는 아름다움을 음미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