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절벽 밑에서 봉사가 애처롭게 애원했다.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천길 만길 낭떠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인데,
앞못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나좀 살려주시오~' 라고 애걸복걸 했다.
그러나,
스님은 봉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으면
당장 그 손을 놓으라고 계속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
힘이 빠진 봉사가 손을 놓치자
땅밑으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다듬은 장님은
졸지간에
벌어졌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파악하고
멋적어 하며
인사치례도 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