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12/6 문효치 시인 특강 현장 중계 녹화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4. 12. 7. 00:33

♣ 문효치(1943~ ) 시인. 1966년 서울신문ㆍ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백제의 달은 강물에 내려 출렁거리고』『백제 가는 길』

『바다의 문』『선유도를 바라보며』『남내리 엽서』『계백의 칼』『왕인의 수염』

『칠지도』『별박이자나방』 외 공저 다수. 『문효치 시전집』 간행.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주제 ; 역사적 유물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

 

-우리 민족은 여행을 즐기는 민족

-정희성, 신경림 공편 <역사기행 시선집> 서문- 편자의 할아버지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형제를 데리고 전라도 경상도 명산대천늘 찾기도 하고, 수문난 명사를 찾아 한 달 씩이나 걸려 다녀와서, 집안과 이웃에게 구경한 풍광이나 신기한 풍물들을 들려주곤 했다고 말하고 있다

-기행 고전- 유산가, 관동별곡, 원유, 관서별곡, 기성별곡, 향산별곡, 성산별곡, 어부사시사

-화랑도의 교육과정 중에도 전국의 명산대천을 찾아 심신을 수련하는 과정이 있다

-여행은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역사적 유물을 만나게도 한다

 

-역사적 유믈은 미적으로 승화되고, 역사적 사실과 많은 의미를 품고 있으며, 희귀하거나 유일하기도 하여, 시인들의 창작의욕의 모티프가 됨

 

*시 속에서 유물들의 재탄생 유형

 

1) 현장, 현물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쓴 시

 

문무대왕 수중릉에서/김남석

 

따가운 볕에 그을린 가슴을

동해 푸른 물결에 적시면

 

천고의 향수는

아득한 서라벌

그윽한 석양을 누빈다

 

호국대의 천하에 떨친 신라의 방패

파지랑 婆旨郞의 옷깃 나부낀

호국의 입김이여

 

흘러간 세월을 포말처럼 마시고도

산 너머 석굴암 대불안大佛眼을

삼십도 경시傾視로 바라보며 바다건너

이세신궁伊勢神宮 숨통을

직선으로 틀어쥐었다는

 

수중왕릉

말없는 혼령은 구천도 이승되어 지켜온 반도의 슬기여...<하략>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녹두장군을 추모하면서/김남주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 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한 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하여

승리없는 투쟁

어떤 불행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한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하략>

 

2) 현장, 현물을 이미지가 될 만한 것만 선별해서 쓴 시

 

불국사/박목월

 

흰 달빛

자하문

 

달 안개

물소리

 

대웅전

청운교

 

바람소리

솔소리

 

범영루

뜬 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달빛

자하문

 

바람소리

물소리

 

3) 현장, 현물을 통해 상상적 세계를 보여주는 시

 

주천강가의 마애불-주천에서/신경림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찬 강물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밭틀에

깊드리에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성큼 주천장터로 들어서서 보면

짓늘리고 밟히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 숨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뿜에 소리 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걸음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지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어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런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역사적 유물을 도구화한 시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상상력

*강물은 현실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상상, 비틀기

*별-지도층

-베이컨왈 상상력은 자연이 결합/분리한 것을 다시 분리/결합하는 것

-상상력 관련 시

 

피아노/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조수 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칙넌출 밑에

푸른 숨결은 내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같은 남녀들이여

 

오-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단도 더 '나'를 사랑하는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속에 나-ㄹ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 한마디만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고향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어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항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도 내것이로다

*사랑과 생명을 갈구한 생명파 시인

 

4) 문효치의 시적 경험

*사물과 대면하고 관조하면서 상상을 모은다

*상상의 끝에 오는 새로운 인식을 새로운 의미, 새로운 세계로 이행시킨다

 

목숨의 끝에-보각국사비/문효치

 

목숨의 끝에

날개를 달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 속으로 날아 드나들다가

 

저승의 이슬에 젖은 날개

바람 부는 둔덕에 널어 말리면서

 

저 숲 그늘 갈피에 묶어 두었던

그래도 이승에서 남은 일

부러진 손으로 들어내고 있느니

 

간혹 어둠 속으로 지나다니는

번민의 퍼득거리는 발소리에

수스라쳐 부서져 내리는 삭신을

안간힘으로 끌어안고 있느니

 

*구미 은각사 소재, 처연하고 퇴색한 비석을 소재

* 날개는 비석의 상징화

 

무령왕비의 은팔찌/문효치

 

왕비여 여인이여

내가 그대를 사모하건만

그대는 너무 멀리계십니다

 

같은 이승이라지만

우리의 사이에는

까마득히 넓은 강이 흐릅니다

 

그대를 향해서

사위어지는 정한 목숨

 

내가 만드는 것은

한낱 팔찌가 아니라

그대에게 달려가려는

그리움의 몸부림입니다

 

내가 빚는 것은

한낱 용의 형상이 아니라

그대에게 건너가려는

사상의 용틀임입니다

 

비늘하나 새겨 넣고

먼 산보며 한숨집니다

 

다시 발톱하나 새겨 넣고

달을 보며 피울음 웁니다

 

살을 깎아

용의 살을 붙이고

 

뼈를 빼어내어

용의 뼈를 맞춥니다

 

왕비여 여인이여

그대에게 날려 보내는 용은

작은 손목에 머무르지 않고

그대 몸뚱이에 휘감길 것이며

마침내 온 몸 구석구석에

퍼져 스며들 것이며

그러다가 지쳐 쓰러지더라도

파고들 것이며 파고들어 불탈 것이며

그리하여 저승의 내정까지도

따라 들어갈 것이며...

 

왕비여 여인이여

내가 그대를 사모하는 것은

그대의 이름이 높으나 높은

왕비여서가 아니라

다만 그대가 아름다워서일뿐

눈시리게 아름다워서일 뿐입니다

 

*왕비 은팔지 제작자 입장에서의 연시

비천(飛天) / 문 효 치  

              

어젯밤 내 꿈속에 들어오신

그 여인이 아니신가요. 

 

안개가 장막처럼 드리워 있는

내 꿈의 문을 살며시 열고서

황새의 날개 밑에 고여 있는

따뜻한 바람 같은 고운 옷을 입고 

 

비어 있는 방 같은 내 꿈속에

스며들어오신 그분이 아니신가요. 

 

달빛 한 가닥 잘라 피리를 만들고

하늘 한 자락 도려 현금을 만들던 

  

그리하여 금빛 선율로 가득 채우면서

 

돌아보고 웃고 또 보고 웃고 하던 

여인이 아니신가요.

* 창작배경 ; 유년 시절 꿈 속 증조모와 참외먹던 중, 두레박 타고 온 여인과 동행을 소재, 중 3때 처음 시작을 하였으나, 넘 서사적으로 시인의 마음에 흡족치 못하였던 것을, 다시 재구성 창작.

 5) 기타 시창작론

*시는 서사적 구조가 아닌 상상적 세계화를 통해 창조

*서정시는 순간의 직관, 대상의 단면을 서술

*시의 3요소-음악적, 의미적, 그리고 회화적 요소

*회화적 요소

- 이미지화가 중시되는 추세.

-불가시의 것을 그림으로 형상화, 마술적인 것

*시는 언어의 고급 말놀이

-시어는 사전적 의미의 언어가 아니라 함축적, 정서적 언어. 비과학적 거짓말

-시어는 정서적 진실이 근본/의사 진술

-기선점 용어의 사용 금물/표절, 사물을 의도대로 보고 써 창조를 함

-정민 왈 '비슷한 것은 가짜다. 고로 새로운 언어로 창조하는 시인의 고민이 필요

-언어는 자율성이 있으므로 시인은 그 자율성 신장의 조장 의무가 있다

-단어 선택 중요, 맛깔스런 단어 선택, 12월 기나긴 밤X ->동짓달 기나긴 밤

-명시는 기본생활 밀착 유아기 모어/어릴적 입맛의 언어인 시어로 창조, 가슴에 잘 스며든다 

*끓는 정서로 형상화

*어떻게 쓰느냐/표현 중요

*적극적 구성/그릇에 담기

*예은 기술로 표현기술 터득 필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