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나의 이야기

펌)눈물겨운 '고통 속 결정'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4. 11. 12. 20:44

[세월호 수색 종료 선언] "실종자 찾다 또 가족 잃는 일 생겨선 안돼… 고통 속 결정"

  • 진도=이기문 기자
  • 진도=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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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강한 기자
  •  

     

    입력 : 2014.11.12 05:46 | 수정 : 2014.11.12 10:22

    [실종자 가족들 珍島 회견]

    李해양 "가족들 결단에 감사"
    가족들 "한번 안아달라… 장관님에 깊은 믿음 갖게 돼"
    잠수사 "못찾은 9명 평생 기억"
    가족들 "최선 다해줘 고맙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서울에서 '세월호 수색 종료'를 선언한 직후인 11일 오전 11시 세월호 실종자 가족 15명이 진도실내체육관 단상에 올랐다. 참사 첫날 700여명이 "내 새끼 살려내" 하며 곳곳에서 오열하던 실내체육관에 남은 가족은 이들뿐이다. 실종자 가족을 대표해 안산 단원고 고(故) 고창석 교사의 아내 민동임씨가 "국민 여러분, 저희는 오늘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민씨는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이제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흐느꼈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10여분간 실종자 가족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인사하는 실종자 가족들 - 11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 10여명이 단상에 올라 수중 수색 중단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날 오후 가족들은 서울에서 진도로 내려온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경청장과 진도군청에서 만났다.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이 장관은 "가족들이 뜻을 모아서 우리 잠수사들 안전을 위해 수색 끝내달라 요청해주신 것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치며 묵묵히 이 장관의 이야기를 들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이 장관이 점퍼 안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사진들을 꺼냈다. "다윤이 엄마가 주신 게 생각이 나서…."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44)씨가 "실종자 가족의 절절한 마음을 잊지 말고 수색에 힘써달라"며 지난 7월 건네준 실종자들의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박씨는 회의실을 나서며 울음을 터뜨렸다. 진도군청을 나서는 가족들은 "한번 안아주세요" 하며 이 장관과 포옹하거나 악수했다. 이 장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족들은 앞서 기자회견 때도 "저희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주시는 장관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참사 속에서도 어느새 장관님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 장관에게 감사를 표했다.

    철수하는 잠수사들 - 11일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희생자 수색 작업을 벌여온 잠수사들이 철수하기 위해 장비를 챙겨들고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실종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순간에도 수색 작업을 벌였던 민간 잠수업체 '88수중환경' 소속 잠수사 50명은 이날 오후 해경정 3척을 타고 철수했다. 88수중환경 관계자는 구조팀 해산을 선언하면서 "우리가 찾지 못한 실종자 9명의 얼굴을 평생 기억하자"고 말했다.

    민간 잠수사 30명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 실종자 가족을 만나려고 실내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 가운데엔 실종자 가족들이 마련한 귤과 다과, 보리차가 놓였다. 다과를 중심으로 가족들과 둥글게 모여 앉은 잠수사들은 "모두 찾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88수중환경 백성기 잠수 총감독은 "수색이 어려운 상황에서 행여 사고가 생기면 국가나 실종자 가족, 저희에게 모두 고통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종료하자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어려운 결심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이 있다는 한 잠수사는 끝내 눈물을 보이며 "아직도 실종 상태인 여섯 살 권혁규군의 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 최선을 다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실종된 단원고 박영인군 외삼촌 김기영씨는 "한때 가족들한테 욕까지 들어가면서 궂은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며 "여러분이 안전하게 작업하고 사고를 당하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수색 작업 중 사망한 고(故) 이광욱씨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 여러분을 평생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잠수사들이 떠난 뒤 실내체육관에 덩그러니 남은 가족들은 "실종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양승진 교사 아내 유백형씨는 "남편이 나올 것 같은데도 그렇게 안 나온다. 미련은 있지만 이것도 겪어야 할 일 같다"고 말했다. 일반인 실종자 권재근씨 형 권오복씨는 "동생과 조카 혁규를 못 찾았다.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니 인양이라도 잘돼서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2주간 실내체육관에 머물며 선체 인양 논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