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내가 행복을 느끼는 때/이오덕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4. 9. 4. 00:54
**내가 행복을 느끼는 때**
이오덕
내가 행복을 느끼는 때는
오후에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왔을 때다
햇빛은 내가 앉아 았는 책상 위에 찾아와
아이들이 적어눟은 글자 한 자 한 자를
환히 비쳐 보인다
그러면 그 글자들은 모두 살아나
귀여운 병아리가 되고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아기 염소가 되고
여울을 헤엄치는 피라미가 되고
별 같이 반짝이는 눈망울이 된다
오후에 해님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내가 보는 책장이 더욱 환하게 되면
아, 나는 이 세상에서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구나 싶어
눈물이 난다.
**산골 아이의 소원**
하얀 쌀밥 한 번
실컷 먹어 봤으면 좋겠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담배 잎을 묶지 않아도 된다면,
다리가 벌벌 떨리도록 무거운 짐을
날마다 지지 않아도 된다면,
그리하여 날마다 학교에나 다니고,
공부만 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얼마나 좋겠나.
-'이오덕 유고 시집'(고인돌)에서
**이오덕은 '꾸밈없는 시의 참맛'-순수 시를 주창